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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스의 망원경/에세이

논술 주제를 국어교과서로 한정해서는 안된다.

오늘 노트를 뒤지다 오래전에 내가 써놓은 글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1997년 9월 4일 날짜로 되있는데, 기억도 안나는데 아무튼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대는 98학년도 論述 고사 출제 범위를 '중고교 국어, 문학 교과서내'로 정했음을 최근 발표했다. 이는 최근 氣勝을 부리고 있는 논술 課外에 대한 對策이라고 한다.

대한 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라의 경제를 좀먹고 수험생의 입시 부담을 가중시키는 高額 과외의 根絶에 공감할 것이다. 과외는 학과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다른 학생들과 수업에서 최소한 동등한 對決을 벌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肯定的인 평가를 내릴 수 있으나 신성한 學文을 상업용으로 나락하게 만들었으며 민주주의의 부작용으로 말미암은 빈부의 격차를 실감케하는 단상 이라는 점에서 사라져야 한다.

서울대는 최근 논술 고사 연구 위원회를 열고 제시문은 중고교 국어.문학 교과서에 실린 지문이나 교과서에 참고 자료로 명시된 작품. 저술에서 고르되 종합적 사고력.논리력등을 측정할 수 있는 논제를 제시한다는 출제 방침을 정했다. 서울대 입시 관계자들은 이렇게 함으로써 논술 과외를 예방할 수 있고 수험생의 입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表面상으로는 그럴듯 하지만 近視眼적인 생각일 뿐이다. 대학은 사회로 나아가는 길목이며 젊은이의 꿈과 희망의 礎石을 갈고 닦는 象牙塔이다. 눈앞에 21세기가 있고 현대는 世界化 시대이며 곧이어 외국 대학들이 물밀 듯이 들어올 판이다. 논술 제재를 교과서로 제한하는 것은 이러한 大勢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청소년은 현실을 바르게 직시할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공부가 필요하다. 또한 暗記 위주의 단편적인 교육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열린 교육이 필요하다. 문학이나, 국어 교과서가 담을 수 있는 내용은 너무나도 貧弱하다. 또한 그렇게 한다고 해서 과외가 斷絶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번 위성 과외 교육 방송에서 드러났듯이 처음엔 과외를 근절하고 학부모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지금에 와서는 교육방송을 설명하는 '과외의 과외'가 생기기도 했다.

오히려 교과서나 교과서에 명시된 참고 문헌으로 주제를 제한한다 하면 학생의 살아 있는 교육을 막으며 다시 學力考査 시절의 암기 위주의 교육이 판치기 쉽다. 당시도 과외는 막을 수 없었던 것을 勘案하면 이번 서울대의 처사는 문제 출제의 편익성을 감안한 무사 안일한 處事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수험생은 여러 분야의 도서를 읽을 겨를도 없이 입시만을 위한 맹목적인 독서를 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시대의 조류를 어기는 것이며 교육의 일보 後退이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논술의 素材를 찾아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수험생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감소시키기 위해 차라리 단기적 방안으로는 문학, 국어의 한정된 과목이 아니라 교과서의 전 과목을 논술 출제 대상으로 했으면 한다. 그렇게 하면 國語와 文學뿐만 아니라 文化, 社會, 體育, 藝術 전반에 걸친 평가를 할 수 있어서 약간이나마 이번 안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외 교육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변화되고 과외가 무엇 때문에 생겨났는지 근본 원인을 밝혀 내서 대처 방안을 마련하려는 學生들과, 學父母, 先生님, 敎育界의 공통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