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0년을 시작할 무렵 쓴 글입니다.
저새끼.. 저거저거 어딜 끼어드는거야.."
"빌어먹을.. 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거야??"
"저.. 저.. 어딜 건너는 거야.. 저런놈은 그냥 뒈져야 돼.."
"씨팔.. 오늘은 더럽게 재수 없네.. 손님도 없고..."
"교대시간 다 되가는데 염병할 언제 갔다와.."
밤 기차를 타고 대전에 다녀오는 길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수원역에서 집으로 오는 택시를 탔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길을 가르며 택시는 쌩쌩 달린다. 가끔 합승하려는 승객이 있는지 힐끔힐끔 내쪽 너머 창밖을 쳐다보는 것 이외에는 말없이 앞만 주시하는 운전사에게 나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다만 그가 한번씩 내뱉는 말은 차가운 밤거리 만큼이나 섬뜩하다. 그는 나와 아무 관련도 없고, 한번도 나와 맞딱드린 적이 없건만 웬지 모르게 그는 나의 소설속의 주인공인듯 싶다. 항상 나는 그를 주시하고 있었으나, 그는 나의 시선과는 관심없이 묵묵히 자기 일을 한다.
하루에도 수번씩이나 차를 타지만 항상 그는 존재 했으며, 그의 태도는 항상 그의 다원성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천차만별이다. 달리는 택시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미친놈이 지구상에서 나 혼자이진 않겠지만 오늘은 웬지 그와 가까워 지고싶다는 충동이 인다.
운명과 숙명은 무엇이 다른지, 또 당신이 그중 어떤 것을 믿던지, 또는 둘다 믿거나 둘다 안 믿던지 간에 사람이 스치는 자리에는 항상 운(運)이란 것이 있게 마련입니다. 비단 역학이나 점, 또는 사주 따위를 믿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은 항상 운이 따라줬으면 하는 바람일테고, 행운아이고 싶을 것입니다.
특히, 뉴 밀레니엄을 시작하는 당신의 각오의 한켠에는 행운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 막연한 동경으로 자리를 차지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운에 관한 철학적 메시지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운은 자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운이 나쁜 사람은 항상 운이 나쁘고 운이 좋은 사람은 항상 행운이 찾아오는 것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것입니다.
맞습니다. 똑같은 일을 당해도 어떤 이는 행운으로 생각하고 어떤이는 불행으로 생각합니다. 우리의 택시를 운전하는 그는 여럿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똑같은 환경에서 운전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그는 항상 불행만이 찾아옵니다. 항상 욕을 해댑니다. 그런 그는 언제나 불만이 있습니다. 같은 도시를, 같은 길을 가도 언제나 그는 불만입니다.
또다른 그는 항상 행운이 따릅니다. 언제나 행복합니다. 불행한 그가 지나간 자리를 지나가도 마냥 좋습니다. 그에게는 늘 운이 따릅니다.
우리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불행한 그가 될 수 도 있고, 행복한 그가 될 수 도 있는 것입니다. 지겨운 천년을 맞이하는것도, 희망찬 새 천년을 맞이하는 것도 모두 자신의 몫입니다.
럭스의 망원경/에세이